라이프로그


그 어떤 시 somthing

뼈아픈 후회
기형도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을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고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ㅡㅡ

지난시절. 내가 사랑했던 시.
요절한 시인이 남기고간 한권의 시집에는 그어찌 내 심경을 대변한 글귀가 많은건가싶었다. 당시 이미 너무 많은 이들에게 마음을 다친터라 나 자신조차도 의심을 게을리하지말자고 다짐했었다.
그러던 내가 운좋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온전히 의지하게되었눈지는 미스터리다 ㅎ

오랜만인 지금도 그의 시를 좋아하지만 당시 느꼈던 뼈아픈 공감은 어데가고 이제는 그렇게 살다가야했던 젊은 영혼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시는. 그렇게 아파야 나오나보다.


꼬꼬일기 Timing is



꼬꼬 소윤지 Timing is



내 딸. 소윤지.

선주님의 말씀대로 꼬꼬가 세상밖으로 나오면서 모든것이 달라졌다.
그동안의 일상이 무너졌음은 물론.
사십일 가까이 멘붕상태 ㅎㅎ
그렇지만 이렇게 예쁘게 웃는 꼬꼬를 보면 모든 피곤함이 언제그랬냐는듯 사라진다.
매일 혼이 나가는 일상의 반복이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아이의 언어를 이해하고 잠깐씩 눈맞추고 함께 잠이드는 게 행복이 아닐까싶다.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회사를 나오는 신랑을 보고는 동료들이 '집에 가는게 좋냐? 애가 빽뺙 울어댈텐데?' 하더란다. 집에 가는게 왜 싫어요? 라고 반문하고 집에 왔다는 신랑.
부실한 회사밥때믄에 배가 고플텐데도 오자마자 칭얼대는 아이를 어르며 덜된 식사준비를 기다려주고 이후부터 잠들대까지 기저귀갈기 목욕시키기 트림시켜 재우기를 도맡아 하는 신랑.
함께할수록 참 다정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나도 모르게 예민해져 툴툴대고 짜증이 많아졌는지 신랑이 요즘 내가 무서워졌단다 ;;
여유를 가지고 맘을 편하게 먹어야겠다. ㅎㅎ

행동하는자. somthing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한다며.
반쯤 읽어가고있는데 왠지 속에서 답답함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사람들은. 나는. 앞장서 행동으로 보여줄 누군가를 원한다.
학자 경영자 정치가 사람 안철수.
누군가는 그만이 대한민국을 책임질수있다고하고
또 누군가는 그는 그자리에 어울리지않는 사람이라고한다.

언젠가 정권말 고건 전총리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을때가 생각난다. 말들이 무성했지만 결국 그는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안철수는 엊그제 '또' 양보를 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이 옮고 그름을 따지는 심판자인가, 우리를 대변해 싸워줄 투사인가.

나는 안철수를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양보를 했듯 다음에도 양보를 할것이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썰어야지;;;;;;;
절이 썪었다고 떠나는 중은 절을 고칠 수가없다.
남아서 그자리를 지키는 문지기가 절을 살리는 것이다.



Timing is

때로 나는 집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내가 갈수있는곳은
이제는 '친정'이 된 내가 살던 집, 결혼해 남편과 살고있는 집, 시어머니가 계시고 주중에도 주말에도 수시로 드나드는 집.
그런데.
현재 살고있는 집에서 마음이 불편해지면 어디론가 '집'으로 가고싶은데 갈곳이 없다.

거실에 앉아 우두커니 가방을 뒤적이고 노트에 그날의 일들을 간략해 메모를 하고. 조용한 휴대전화기를 만져보는데.
내가 지금 집에 있는지 어디에있는지. 밖으로 나가야할런지 또 밖이라면 어느곳으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임신 중이라 마음이 종잡을수가 없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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